불의는 결국 정의 앞에서 져야 한다
수정마을 STX유치반대대책위원회 박석곤 위원장 인터뷰
수정마을 STX유치반대 대책위원회
박석곤 위원장
2007년 8월, 마산 수정만 매립지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른들의 말에 따르면 전쟁 때 포탄이 터지는 소리 같았다고 한다. 마을 뒤쪽으로 산이 항아리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어서 그 소음과 진동은 엄청났다.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매립지에 공사를 하나보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그 소음과 진동이 너무 커 의구심이 가기 시작했고 확인을 해보니,
주택단지가 들어선다는 매립지에서는 커다란 배의 일부(블록)가 생산되어 조립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매립지의 용도도 주택용지인 상태에서 STX 조선이 불법적으로 배 생산을 한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아파트가 들어서나 공장이 들어서나 큰 차이는 없었다. 단지 들어서는 공장이 주민들의 이해관계와 맞다면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고 조선업이 들어서있는 10개 마을을 찾아다니며 조선업이 마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돌아보았다. 그 중에서도 STX 조선본사가 있는 진해의 죽곡마을을 몇 번씩이나 다시 찾으며 그 마을의 실태를 살펴보게 되었다.
조선소가 들어서기 전의 매립지 사진. 가운데에서 우측까지 보이는 공터가 매립지이다. 매립지에 바로 붙어 보이는 공터는 학교 운동장이다. 매립지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와 바로 붙어있다
창문 좀 열자, 빨래 좀 널자, 잠 좀 자자
진해 죽곡마을에는 “창문 좀 열자, 빨래 좀 널자, 잠 좀 자자”는 구호가 적혀있었다. STX 조선소 덕분에 죽곡마을은 쇳가루와 페인트가루가 온 마을을 뒤엎어 빨래를 널 수 없는 마을, 소음과 오염이 너무 심해 창을 열 수 없는 마을, 잠을 잘 수도 없는 마을이 되어 있었다. 마을 곳곳에서 쇳가루가 쌓여 녹이 슬고 손으로 문지르면 그 녹들이 다 묻어나오는 것이었다. 조선소가 들어선 이후 죽곡마을의 사망자는 모두 암이었다. 딱 한명, 조선소로 들어오는 화물차에 치여 숨진 사람을 제외하고는. 게다가 인근 바다의 오염도 심각하여 수정만 바다에서 홍합을 캐는 것을 주업으로 삼는 수정마을 주민들에게는 더욱 큰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조선소와 마을이 함께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주민 대부분이 수정마을 토박이들이다. 젊은 사람은 도회지로 많이 떠나고 어업, 상업에 종사하는 일부와 홍합을 까는 할머니들이 마을 주민의 대부분을 이룬다. 이분들에게 중요한 것은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평화롭게 조업을 하며 살 수 있는 마을이었다.
처음에는 마을 주민의 90%가 반대를 하고 나섰다. 그러나 마산시와 STX의 바램대로 매립지는 2008년 4월 4일 용도변경 신청이 떨어진다. 당시 현행법상 매립지의 용도는 매립 후 20년간 (지금은 50년간) 변경이 불가능하게 되어있었다. 그러나 경상남도는 공장가동이 된지 몇개월이나 지난 곳을 매립이 다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공장용지로 용도를 변경해준 것이다. 매립 후에는 안되지만 매립 전에는 용도변경이 가능하다고 교묘히 법 문구를 이용하고, 공장가동사실을 눈감아주며 억지를 부린 것이다.
“처음에는 법도, 절차도 몰라서 많이 힘들었다, 그동안 국토 해양부, 환경부, 권익 위원회, 법제처 등 안 가본 곳이 없으며 편안하게 잔적이 없다”는 박위원장. “STX 철면피 같은 야만성에 통탄스럽고 나라가 걱정”이라며 “이 사회가 몸에 주사기를 대고 피를 뽑는 것보다 더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거다.”라고 한다.
지금은 매립지에 선박 블록들이 들어서있다. 주민들의 반대로 조립작업은 진행이 되지 못하고 있다.
금권과 권력이 결합하여 만든 부도덕과 부패의 현장
진상규명 과정 중 마산시와 STX사이에 이미 조선용도로 사용하겠다는 이면 계약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경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STX. 적어도 경남에서 만큼은 그 파워가 막강한 기업이다. 주택용지로 되어있는 매립지에 허가도 받지 않고 이미 생산을 시작한 것만 봐도 그들의 무지막지함은 알 수 있다.
마산시는 일관되게 STX 공장이 마산에 도움이 된다고 주민을 회유하고, 거짓 조작을 일삼았다. 고용효과 5000명, 지방세 200억, 매출액 6000억이며, 이것이 마산시 발전의 기초가 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방세 2~3억, 고용효과는 최악의 경우 임시직 500명에 그친다고 한다. 그나마도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의 일자리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런데도 황철곤 마산시장은 STX공장 유치를 자신의 치적으로 삼고 싶어 마구 밀어 붙이고 있다.
이들의 만행이 극에 달한 것은 2008년 5월 30일 치러진 주민투표다. 반대하는 주민들이 모두 서울로 시위를 하러 간 날에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선거인 명부도 조작이 되어 마을 주민이 아닌 사람 200명이 더 들어 있었다. 참관인과 개표인은 모두 공장유치 찬성측 사람들이었으며, 투표 명부 1번이, 투표 용지 1번을 사용하는 비밀투표에 어긋나는 투표가 진행된 것이다. 그러고도 투표율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자 오후부터 찬성에 투표하는 세대에게는 200만원을 보상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도 발송하였다. 그렇게 해서 결국 투표율 49.6%에 찬성 92%였지만 투표의 공정성은 사라졌다. 찬성한 이들은 찬성의 댓가와 보상비로 1200만원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 뒤 지역 케이블방송에서 마산시장이 선거전날 “어떻게 해서든 투표하는 척해서 조작하고 넘기면 된다”고 말한 녹취가 방송에 나갔다.
‘주민들의 동의가 없으면, 투자하지 않겠다’는 마산시와 STX는 이 투표를 근거로 사업은 진행시켜나갔다. 게다가 경상남도에서는 2~4년씩 걸리던 산업단지조성 인허가과정을 6개월 이내에 처리하겠다며 안을 내놓았고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6월 5일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을 제정, 인허가 기간이 6개월로 앞당겨놓았다. 공단 조성과정에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 특례법에 따라 이루어진 환경영향평가에서는 ‘환경저감대책은 무용지물, 전체 주민 이주보상 조건으로 협의’ 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2009년 6월 5일부터 경상남도에서는 지방산업단지 계획심의위원회가 열렸다. 그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200여명의 마을 주민들은 폭력단체 취급을 하며 만나주지도 않고 심의위원회가 열린 것이다. 이때부터 주민들은 천주교 마산교구청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그리고 6월 8일 심의위원회는 6개 조건을 달아 STX 조선기자재 공장 건설을 위한 수정일반산업단지계획을 조건부 가결했다. 그러나 내용에는 주민들의 민원에 대한 해답도, 주민이주 보상문제에 대한 보증도 없었다.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경찰은 강경대응을 했고 격분한 할머니들은 상의를 탈의하며 나체시위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4명이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1인 시위를 마치고 돌아온 서경순할머니(67)와 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할머니는 시위하면서 욕만 늘었다며 웃고 계신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대책위의 요구는 명쾌하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어느 정도의 소음이나 진동은 감수할 수 있다. 마을 생계에 지장이 없는 다른 공장이라면 들어와도 좋다. 그러나 STX의 조선 기자재 공장은 주민들과 공생하기 힘들기 때문에 절대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것이 주민의 뜻이다. 박위원장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옳은 일이다. 지금까지 할머니들의 노력을 헛되게 할 수는 없다. 불의가 정의 앞에 진다는 관례를 남겨야 지자체나 기업이 각성을 한다.” 거대기업, 거대권력에 맞서 대한민국 최악의 산업단지를 마을에 들일 수 없다는 박위원장의 각오는 대단해보였다.
저녁 6시 반이 되자 대책위 사무실로 할머니들이 하나, 둘 들어오신다. 1인 시위를 하고 온 것이다. 낮에 1인 시위를 가기 위해서는 평소 새벽 3시에 나가던 일을 새벽 1,2시로 당겨서 나간다. 홍합 따서 버는 일당 2만원 때문이 아니라 오늘 일을 해놓지 않으면 양식장에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전 11시까지 일을 마친 다음, 농사일은 손을 놓고 1인 시위를 다녀오신 것이다. 열무 세단 팔아 6천원 벌면 5천원 저금하고 하루 천원으로 생활하시는 할머니들은 보상비 천이백만원을 단호히 거부하고는 오히려 대책위 경비를 주머니돈을 털어 조금씩 보태고 계셨다. 덕분에 아직은 대책위 살림이 넉넉하다.
힘드지 않냐고 여쭈었더니 할머니들 단호하게 이야기 하신다.
“힘들지. 그래도 황철곤(마산시장) 그만 둘 때 안 끝나겠나”
수정일반산업단지계획이 발표가 되면서 STX 조선공장 유치에 관한 법적 근거는 거의 다 통과가 된 상태다. 지금 대책위원회는 마산교구청에서 한달정도 진행되었던 천막농성을 접고 돌아가며 1인시위를 하는 중이다. 주민들의 반대에 대해 최근 STX 그룹 강덕수 회장은 “주민반대시 공장을 들여오지 않겠다. 이미 중국 대련에 모든 투자를 하여 수정에 투자할 자금이 없다“ 고 답변을 했다. 지금은 이 발언을 내세워 STX와 마산시, 주민대책위가 만나 이를 확인하는 3자대면을 요청하고 있다. 이전에도 이런 의례적인 답변을 하며 마산시와 일을 진행시킨 STX였기에 주민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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